"오빠"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진다면

노소를 막론하고 남자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이 있다. '오빠'.
여자의 입장에서 '누나'라는 말이 보통 정도의 어감으로 느껴진다면, 남자들이 '오빠'라는 말에 왜 그렇게 큰 기쁨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나 어쨋든 남자라면 모두가 듣기 좋아할만한 말인 것은 사실이다.

대학생이 되기 이전까지 나는 '오빠'라는 말을 쉽게 입 밖으로 꺼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말을 쉬이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도 아니었고. 여자이면서 맏이인 나는 오빠라고는 친척 오빠밖에 없었고, 고등학교도 여고를 나와서 이성의 느낌으로 '오빠'를 다정하게 불러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 되고 나는 바뀌었다. 과의 특성상 남/여를 막론하고 모든 선배를 '선배'로 지칭하는 과가 있다면 우리 과는 그렇지 않았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동기라도 한 살이라도 많다면 언니, 오빠를 편하게 부를 수 있어 내게는 언니만큼이나 많은 오빠들이 생겼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다 '남자'는 아니었다. 물론 친근한 어조의 '오빠'와 조금은 호감의 어조의 '오빠'를 섞어 부른 적은 있었으나 그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미한 정도였다.


얼마 전, 호기심에 동영상을 하나 봤다. 연애 칼럼니스트던가 여튼 스스로 전문가로 불리는 사람의 한 강연이었는데 흔히 말하는 '남자를 사로잡는 법'으로 애교와 콧소리가 적절히 섞인 "오빠~"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하더라. 하지만 이것이 선천적으로 잘 안되는 사람이라면 아버지와의 관계를 한 번 되짚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그녀의 의견.

사실 얼마 전 소개팅 한,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 사람과 말을 놓았음에도 한 번도 '오빠'라고 부른 적이 없다는 것에 대해 나에게도 은근한 호칭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서 아빠와의 관계를 한 번 되돌아보았다. 알게 모르게 서먹서먹한 사이. 흔히들 말하는 '화목한 가정'이나 '아빠에게 애교 부리는 귀엽고 착한 딸'을 표방하고 싶어 애써 마음 속으로는 억누르고 있지만,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 연애 전문가인가 하는 사람이 말한 것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들에게 하는 것과는 달리 집에서는 원래 애교가 별로 없어서 그런 나만의 스타일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빠'라는 호칭을 잘 부르지 못해서 잘 되고 싶은 사람과도 빠르게 케미를 형성해가지 못하는 것 같은 이유가 괜스레 아빠 때문인 것 같아 조금은 미워졌다.

잘 하고 싶은 일이 안 되니 괜히 남 탓만 하게 되는 못된 심보인가보다.




어?????? 그러고보니 오빠가 아빠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인건가. 무서워졌다.


덧글

  • 2013/10/21 20: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1 20: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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