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강박증에 대한 책임을 어느 누구에게 전가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강박증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만은 있지 않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다. 깨달음의 순간은 알아채지 못하는 순식간에 찾아오는지.
수십년을 살아온 한국이라는 나라. 이 나라에 사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생애주기. 10대에는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10대 무렵에는 대학교를 가서 20대 초반에는 꿈꾸던 대학생활을, 대학생활이 끝나면 구직생활을 해서 회사의 일원이 되고, 20대 후반 30대 초반 즈음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 살아나가다가 50대쯤이면 은퇴를 해서 노후를 맞이하는 모두가 똑같은 생애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공통점이다.
남들이 가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지 않거나 남들이 하는 시기에 똑같이 맞춰 하지 않으면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거나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사회. 사람들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동떨어지는 것이 무서워 다 같이 가는 큰 노선을 따라 맞춰간다. 문득 이런 생애주기를 따라가는 것이 땅 위에 두 발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 위에 몸을 싣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생각 없이, 그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갔던 길이기 때문에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가는지, 옆으로 가는지 모르는 채 그냥 지나가는 길에 몸을 맡기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에 몸을 싣지 않으면 남들과 동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 이것이 강박증의 시작인 것을 깨달았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몸을 내리자. 땅에 두 발을 딛고 천천히 둘러보자. 그럼 내가 딛는 어느 곳이든지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과 비교하려는 생각, 자율성을 잃어버린 갈 곳 없는 발짓, 모두가 버려야 할 것. 올해 또 다시 다짐.
- 2015/02/2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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