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얼굴은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랑할

  딱히 외롭지 않았다. 인간이 본연적으로 가진 외로움을 제외하면 그저 아무 일 없는 나날들이었다. 나는 나 대로 하고 싶은 것을 살며, 종종 심심하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사람은 사건의 흐름으로 시간을 기억한다고 한다. 혼자였던 나날들은 둘이었단 날들보다 기억할 만한 사건들이 적었기 때문에 시간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지만 사실상 한 달이, 일 년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처럼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빨리 지났다고 한숨을 쉴 만큼의 속도와 비슷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이룬다는건 정말 신기하다. 더디게 가는 것 처럼 느껴졌던 나의 시간이, 가끔은 종종 심심하다고 투덜거렸던 시간들이 기억 나지 않을 만큼 새로운 기억으로 덮였다. 덮이고 있다. 끝이 힘들고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만큼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던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요즘. 분명히 익숙한 감정이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시작과 끝은 정 반대에 서 있지만 동일한 성질의 것이다.

  이제는 눈을 감으면 얼굴이 찬찬히 떠오른다. 이런 게 익숙해진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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